결혼은 합니다, 예식장은 안 잡습니다…‘노웨딩’ 앞에서 갈리는 현실적인 고민

결혼 준비를 상상해 보자. 처음에는 날짜만 정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예식장, 식사, 드레스, 촬영, 꽃장식까지 고르다 보면 어느새 두 사람의 대화가 달라진다.

“우리가 어떤 집에서 살까?”보다 “이것도 추가금이야?”를 더 자주 묻게 되는 것이다.

그때 떠오르는 꽤 과감한 선택이 있다. 결혼식 자체를 생략하는 ‘노웨딩’이다. 생각만 하면 속 시원하지만, 막상 실행하려니 마음에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모님은 어떻게 설득하고, 그동안 낸 축의금은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무엇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까?

‘작게 하는 결혼식’과는 다르다

노웨딩은 일반적으로 예식을 생략하고 부부 생활을 시작하는 방식을 뜻한다. 하객 수를 줄여 식을 진행하는 스몰웨딩과는 차이가 있다. 사진 촬영이나 가족 식사처럼 원하는 기념 방식만 남기는 선택도 가능하다.

최근 언론에서는 예식 비용과 준비 부담 등을 이유로 노웨딩을 고민하거나 선택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다만 이런 사례가 곧 ‘대부분의 예비부부가 결혼식을 생략한다’는 뜻은 아니다. 익숙한 결혼 준비 목록에 ‘식을 하지 않는 선택’도 올라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견적서에서 제일 무서운 말, ‘일생에 한 번인데’

결혼 예산을 생각할 때 재미있는 사고실험을 해보자.

평소라면 오래 고민했을 지출 앞에 ‘일생에 한 번’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이다. 꽃장식도, 드레스도, 영상 촬영도 갑자기 조금씩 양보하기 어려워진다.

각각은 작은 업그레이드처럼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견적서는 그 감정을 이해해주지 않는다. 선택한 항목을 빠짐없이 더할 뿐이다.

이럴 때 필요한 질문은 “남들은 어느 정도 하지?”보다 구체적이어야 한다.

“이 항목에 돈을 쓰면, 우리는 무엇이 좋아지는 걸까?”

사진이 정말 중요하다면 촬영에 힘을 줄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의 식사가 중요하다면 음식에 예산을 쓸 수 있다. 반대로 이유가 ‘빼면 이상해 보일 것 같아서’뿐이라면 한 번쯤 멈춰볼 만하다.

식을 안 하면 그 돈이 전부 남을까?

여기에는 의외의 함정이 있다. 예식장을 예약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절약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아래는 실제 인터뷰가 아닌, 예산을 설명하기 위한 가상의 상황이다.

한 커플이 식을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사진은 제대로 남기기로 한다. 촬영용 의상을 추가하고, 가족 식사 장소도 조금 더 좋은 곳으로 고른다. 여행은 평소보다 길게 가고, 아낀 돈이 있다는 생각에 숙소도 업그레이드한다.

각각 충분히 즐거운 선택이다. 다만 나중에 통장을 보고 “예식도 안 했는데 왜 이만큼 썼지?”라고 놀랄 수 있다.

노웨딩을 비용 때문에 선택한다면 생략할 항목과 함께, 남길 항목의 총예산도 정해야 한다. ‘식장 비용을 안 쓴다’와 ‘결혼 준비 비용을 줄인다’는 계산이 꼭 같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낀 돈의 용도를 미리 정해두는 것도 방법이다. 이사 비용으로 남길지, 여행에 쓸지, 당분간 손대지 않을 여유자금으로 둘지 두 사람이 같은 그림을 그려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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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의금 생각이 드는 건 솔직히 자연스럽다

친구와 동료의 결혼식에 꾸준히 참석했다면, 자신의 결혼식을 생략할 때 그동안 냈던 축의금이 떠오를 수 있다.

이 마음을 무조건 계산적이라고 몰아갈 필요는 없다. 다만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축의금’을 이미 들어온 돈처럼 계산하면 판단이 어려워진다. 참석 인원과 금액은 예상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비교하려면 두 가지 예산을 나란히 써보는 편이 낫다.

  • 예식을 할 경우: 전체 지출에서 보수적으로 예상한 축의금을 뺀 부담액
  • 예식을 생략할 경우: 촬영·가족 식사·별도 모임 등 실제로 남길 행사 비용

이렇게 보면 막연한 손익 계산이 조금 선명해진다. 물론 사람들과 함께 축하받는 기쁨까지 숫자로 환산할 필요는 없다. 돈 계산은 선택을 돕는 도구이지, 결혼식의 가치를 전부 설명하는 답안지는 아니다.

부모님께 “돈 아까워요”라고만 말하면 어려워지는 이유

두 사람에게 결혼식이 비용의 문제라면, 부모님에게는 자녀의 새로운 출발을 친척과 지인에게 알리는 자리일 수 있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같은 답을 찾으려니 대화가 꼬이는 것이다.

그래서 첫 질문부터 바꿔볼 수 있다.

“결혼식에서 가장 아쉬우실 것 같은 게 뭐예요?”

가족사진을 남기고 싶은 것인지, 가까운 친척에게 인사할 자리가 필요한 것인지, 자녀가 축하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인지에 따라 함께 고민할 방법도 달라진다.

가족 식사와 사진 촬영으로 충분할 수도 있고, 작은 예식이 더 잘 맞을 수도 있다. 정답을 미리 정해 설득하기보다, 각자가 지키고 싶은 것을 먼저 꺼내보는 편이 대화를 구체적으로 만든다.

가장 조심할 말은 “네가 좋으면 나도 괜찮아”

노웨딩을 결정하기 전, 두 사람끼리 꼭 확인할 것이 있다.

한 사람은 정말 식을 원하지 않는데, 다른 한 사람은 비용 부담 때문에 원하는 마음을 접고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다.

다음 질문은 따로 답을 적어본 뒤 서로 보여줘도 좋다.

  • 비용 부담이 지금보다 작아져도 예식을 생략하고 싶은가?
  • 결혼을 기념하며 꼭 남기고 싶은 장면은 무엇인가?
  • 사진 촬영이나 가족 식사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할 것 같은가?
  • 상대방이 작은 예식을 원한다면 어디까지 조율할 수 있는가?

모든 답이 같을 필요는 없다. 다만 한 사람의 아쉬움이 ‘합의’라는 말 속에 묻혀서는 곤란하다.

식을 생략해도 기념할 하루는 만들 수 있다

노웨딩을 선택했다면, 두 사람이 기억하고 싶은 하루를 직접 계획해보자.

좋아하는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서로에게 편지를 쓰고, 가족과 식사하는 일정도 좋다. 새집에서 처음 함께 저녁을 만들어 먹는 날을 특별하게 남길 수도 있다.

여기서도 ‘남들이 하는 노웨딩’을 따라갈 의무는 없다. 근사한 여행이나 전문 촬영까지 부담스럽다면, 그것 역시 선택 사항이다.

반대로 결혼식을 오래 꿈꿨다면 그 마음을 존중해도 된다. 예식을 한다고 허영이 되는 것도, 생략한다고 자동으로 더 현명해지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원해서 결정했는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인지다.

결혼 준비를 마친 뒤 남기고 싶은 말은 아마 비슷할 것이다.

“그때 우리답게 잘 결정했어.”

여러분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소중한 사람들을 한자리에 초대하는 결혼식, 아니면 식을 생략하고 두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남기는 기념일. 선택의 이유까지 생각해보면, 의외로 자신이 결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보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