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뜰수록, 왜 카리브해의 작은 섬이 돈을 벌까?

AI 열풍의 수혜자를 떠올리면 반도체 기업이나 거대한 데이터센터부터 생각납니다. 그런데 카리브해의 작은 섬에도 돈이 흘러들고 있습니다. 비밀은 인터넷 주소 끝에 붙는 두 글자, ‘.ai’입니다.

앵귈라는 어떻게 이 두 글자를 정부의 수입으로 연결했을까요? 돈이 들어오는 길을 따라가 보면, 기술 경쟁 밖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AI 이야기가 보입니다.

.ai는 원래 누구의 주소일까?

앵귈라(Anguilla)는 카리브해에 있는 영국 해외영토입니다. 인터넷 주소의 끝부분인 .ai는 이곳에 배정된 국가·지역 코드 최상위 도메인입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kr처럼 특정 지역을 나타내는 주소인 셈입니다.

그런데 영어로 인공지능을 뜻하는 Artificial Intelligence의 약자도 AI입니다. AI 서비스라는 인상을 짧게 전달하고 싶은 기업들에게 .ai가 매력적인 이름이 된 이유입니다. 원래는 지리적인 구분이었던 두 글자에 새로운 브랜드 가치가 붙었습니다.

물론 AI 기업이 반드시 .ai를 사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른 도메인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의무적으로 걷는 세금보다, 사람들이 기꺼이 선택하는 인터넷 주소의 가치에 가깝습니다.

챗봇에 질문할 때마다 돈이 들어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우리가 AI에게 질문하거나 .ai 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앵귈라 정부에 사용료가 찍히는 구조는 아닙니다.

돈의 출발점은 도메인의 등록과 갱신입니다.

  1. 기업이나 개인이 등록업체에서 원하는 .ai 주소를 신청하고 비용을 냅니다.
  2. 등록업체는 도메인 등록을 처리하고, 등록부를 관리하는 시스템과 연결됩니다.
  3. 도메인 운영·정산 구조에 따라 앵귈라 정부에 관련 수입이 들어옵니다. 등록기간을 연장하는 갱신도 수입을 만드는 활동입니다.

등록업체는 소비자가 만나는 판매 창구이고, 등록부 운영자는 주소의 등록 정보를 관리하는 쪽이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실제로 .ai는 2025년 1월 Identity Digital 플랫폼으로 이전했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디지털 간판 자릿세’입니다. 다만 땅을 사는 것처럼 주소를 영원히 소유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해진 기간 동안 등록을 유지하고, 계속 쓰려면 갱신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결제한 소매가격 전액이 정부에 그대로 들어간다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판매와 운영에는 여러 주체가 관여하기 때문입니다.

두 글자가 정부 살림에서 차지하는 무게

앵귈라의 2026년 예산서에 나온 도메인 관련 수입을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2024년 실제 수입: 약 3,861만 달러
  • 2026년 예산상 수입 전망: 약 9,391만 달러
  • 2026년 정부 경상수입 전망에서 차지하는 비중: 약 42.55%

여기서 중요한 말은 ‘전망’입니다. 2026년의 9,391만 달러는 이미 벌었다는 확정 실적이 아닙니다. 또한 42.55%의 기준은 섬 전체 경제 규모나 주민 소득이 아니라, 정부의 경상수입 예산 전망입니다.

예산대로 들어온다고 가정하면 정부 경상수입 100달러 가운데 약 43달러가 도메인 관련 수입이라는 뜻입니다. 작은 부수입이라고 넘기기에는 상당한 비중입니다.

뜻밖의 행운에도 관리가 필요하다

새로운 수입원이 생기면 정부가 선택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납니다. 관광업에 의존하던 경제에 다른 경로로 외화가 들어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비중이 커질수록 반대쪽도 봐야 합니다. AI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해서 특정 인터넷 주소의 등록과 갱신이 언제까지나 같은 속도로 늘어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기업이 문을 닫거나, 브랜드를 바꾸거나, 다른 주소를 선택하면 수요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 입장에서는 ‘올해 얼마나 들어오느냐’ 못지않게 ‘앞으로도 들어올 돈으로 보고 써도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일시적으로 늘어난 수입을 매년 필요한 고정 지출의 근거로 삼으면, 수입이 줄었을 때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전망을 읽을 때 함께 생각해 볼 재정상의 위험입니다.

앵귈라의 두 글자가 보여주는 것

AI 시대의 돈은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에만 모이지 않습니다. 기업이 자신을 소개하는 이름과 주소를 제공하는 곳에도 기회가 생깁니다. 앵귈라는 이미 가지고 있던 인터넷 주소가 AI 열풍과 만나 뜻밖의 가치를 얻은 사례입니다.

앞으로 볼 것은 수입 전망의 크기만이 아닙니다. 실제로 얼마나 들어왔는지, 갱신 수요가 이어지는지, 늘어난 수입을 얼마나 오래 쓸 수 있는 기반으로 바꾸는지가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ai가 오래가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보시나요? 아니면 AI 열풍과 함께 움직이는 유행에 가까울까요?

영상 속 일부 시각자료에는 이해를 돕기 위한 AI 연출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